♡ 며 느 리........ ♡
친정일과 시댁일
bell-10
2002. 7. 24. 11:39
올해 친정아버지 기일을 꼽아보니 월요일이었다.
카톨릭인 친정에서는 고인을 위한 미사를 빠뜨리지 않는데
월요일은 성당에서 미사를 지내지 않으니
분명 하루 전인 일요일 저녁미사를 지낼 것이 분명했다.
아니나 다를까 친정엄마께 전화를 드렸더니 일요일 저녁7시 미사라고 하셨다.
동생이 새로 전근간 구미에서 기일을 지내기로 했다고 덧붙이셨다.
이사간 외삼촌댁을 아이들이 가보면 좋겠지만 아직 방학하지 않은 때라
그냥 나 혼자 조용히 다녀올 생각을 하고 있는데 남편이 물었다.
장인 어른 기일날 어떻게 할거냐고.
내 생각을 말했더니 '하루 미리 다녀오면 안되겠느냐'고 한다.
회사일이 바빠 그런 줄 알면서도 잠시 야속한 생각에
"누가 제사를 당겨서 하느냐"며 짜증을 냈다.
'시댁 제사는 평일이라도 절대 빠지지 않고 가면서 처가는 신경도 안 쓰이겠지, 흥'
그런데 결국은 남편 말대로 되고 말았다.
금요일 오후 근무중인데 큰딸이 전화를 해왔다.
"웬일이니?"
"엄마, 할머니가 전화하시래요"
"무슨 일이시래?"
"몰라요"
시어머님께서 갑자기 웬일이신가 하고 전화를 드렸더니 뜻밖의 소식을 전하셨다.
조카사위가 갑자기 쓰러져 입원을 했는데 상태가 위중하다는 소식이었다.
입원한 지가 며칠 지났는데 모르고 있었느냐며
슬그머니 다녀가라는 내색을 하시는 것이었다.
그랬다.
친정에 가야할 일이 생기면 꼭 시댁일이 겹쳤다.
시댁과 친정이 같은 곳이라 늘 시댁일로 내려가서 친정은 잠깐씩 들러와야 했다.
엄마 아버지가 보고 싶어 친정을 살며시 다녀와야지,,,하고선
정말 어쩌다가 한번 남편과 말을 맞추기만 하면
꼭 때맞추어 시댁일이 생기는 것이었다.
이번에는 대구가 아닌 구미까지만 살짝 다녀오면 될 일이라
내심 마음이 가벼웠는데 또다시 이런 뜻밖의 일이 생긴 것이다.
일요일 새벽 남편과 막둥이와 함께 집을 출발했다.
기말고사 기간중인 작은딸 혼자 집에 남겠다고 했지만
제언니도 함께 남는다고 해서 세식구만 출발했다.
시댁과 조카사위가 입원한 병원을 들러 구미 동생 집까지
몽땅 하루만에 돌고오니 새벽2시였다.
원래 계획대로라면 나 혼자 일요일날 동생 집에 내려가서
엄마와 하룻밤을 함께 지새고 월요일에 바로 출근할 생각이었는데,,,,
늘 이렇게 생각대로 안되는건 시댁일이 우선인 며느리여서 일까?
아무튼 아픈 조카사위 덕에 아이 학교도, 남편 회사도,
나의 직장에도 아무 영향을 주지 않게 되었지만
친정아버지 기일을 제대로 챙기지 못한 불효에 한동안 마음이 울적했다.
아버지,,, 죄송해요,,,,,,엄마께도,,,,,
참, 다행히 우리 조카사위는 병세가 호전되어 퇴원할 날만 기다린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