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 내......... ♡

내 남편이 성형을 했다면?

bell-10 2000. 8. 8. 21:21
내 남편이 성형을 했다면 여러분들은 어떤 기분이실 까요?
그것도 아내가 극구 말렸는데도.

이 사건은 얼마전 다른 집에서 있은 일입니다.
둘째딸 친구 아빠가 코를 높이는 성형을 해서 그 집 엄마는 지금 초주검이 되어 있습니다.
나이 40이 훨씬 넘어 여태까지 직장생활이든 뭐든 잘해오고 있다가
어느 날 갑자기 느닷없이 코를 높이고 나타난 남편을 보는 순간 이 엄마는 기절해 버렸답니다.

사실 그 남편이 위로 누나가 셋이고
아래로 여동생이 셋인 가운데 외아들이라
시집살이가 이만저만이 아닐텐데도 신앙생활(교회)을 열심히 하며
화목한 가정을 이루고 산 집입니다.

요즘 드물게 보는 반듯한 성품의 소유자인 이 엄마를
5년전 처음 만났을 때 묘한 기분을 느꼈답니다.
한 달에 한 번 우리와 만나는 날,
직장 때문에 저녁에 만나 저녁먹고 얼마 이야기하지 않으면
밤 10시가 후딱 지나가 버리는데 그때까지 한번도
남편 오고 난 뒤 집에 들어가 본 적이 없다며
늦는다고 안달하는 그런 사람이었습니다.

어쩌다 한번인데 좀 늦으면 어떠냐는 우리의 말에
자기가 그러면 아이들에게 모범을 보이지 못해
아이들을 통제하기 어렵다고 할 정도였습니다.
그저 교회와 가정 밖에 모르고 사는
이조시대 여인 같은 사고방식을 가진 엄마였습니다.

시누이들이 미적 관심이 많았는 지 대부분 눈이나 코를
가볍게 성형하였는데 원래 바른 생활을 모토로 삼으며 살아 온
친구 애의 엄마는 그런 시누이들이 못마땅할 수 밖에요.
이번 사건도 시누이 한사람이
동생 코를 높여줄 거라는 귀띔을 미리 해주어
이 엄마는 절대 성형시키면 안 된다는 의사를 밝혔고
남편에게도 당신 외모에 무슨 문제가 있는 것도 아닌데
절대 얼굴에 손대지 말라고 한 터라 생각지도 않았는데
그만 일이 벌어진 것입니다.

며칠전 이 엄마를 만났는데 얼굴이 해쓱하니 살이 빠져보여
하는 일(직장을 다님)이 힘들어 그런가보다고만 여겼습니다.
이야기 도중에 느닷없이 이 엄마가 하는 말이
"남자들도 성형을 해?'라고 물었습니다.
다른 몇 사람은 무심코
"그럼, 요즘은 남자들도 다 성형을 한다더라"고 말했습니다.

한참 있다가 또 한마디하는 말이 요즘 자기는 정신과 치료를 하고 있다지 뭡니까?
우리는 깜짝 놀라 무슨 일이냐고 했고
이 엄마는 남편문제라고만 이야기했습니다.
모두들 스무고개 식으로
'사업문제냐? 여자문제냐? 건강문제냐?'라고 떠들었는데
정말 뜻밖에도 코를 높였다는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자기가 그렇게 말렸는데도 한 의도가 뭔지,
아내가 싫다면 당장 에라도 원상복구를 해야 하는데
20여일이 지난 지금까지 그냥 있으면서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며
정말 이해할 수가 없다고 했습니다.
어제 겨우 '당신이 싫다면 본래대로 하겠다'고 했다면서.

부부끼리 한번도 떨어져 자본 적이 없는데 남편의 목소리도 듣기 싫고
쳐다보기는 더 싫으며 살이 떨린다는 것을 느낀다고 했습니다.
사람들을 쳐다봐도 온통 코만 보이고
TV를 봐도 나오는 사람들의 코만 보이는
그야말고 '코 노이로제' 걸려 있었습니다.

그 동안 아무 문제가 없었던 코를 아내가 그렇게 하지 말라고 했는데도
성형한 남편에 대한 배신감이 너무 커 보였습니다.
하루빨리 원상회복을 하지 않은 남편의 핑계는
'아프기 때문에'라는 한마디랍니다.
남편의 그 잠깐동안인 육체적 아픔을 참지 못하여
아내의 정신적인 아픔을 이렇게 방치하는 게 그 엄마는 더욱 싫은 거죠.

어쨌든 우리는 그 엄마에게 우리 자신의 문제가 아니라고 편한 소리를 한마디씩 했습니다.
'멋있으면 더 좋겠네. 보기 싫지 않으면 그냥 둬라.
평소에 코에 대해 표는 내지 않았어도 본인도 하고싶었나 보네'라고요.

남자들의 성형이 이젠 보편화된 문제라지만
만약 내 남편이 성형을 하고 왔어도 그런 말을 했을까요?
하루빨리 그 엄마가 마음의 안정을 찾기를 바랄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