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딸 .............. ♡

친정엄마의 휴대폰

bell-10 2002. 5. 22. 01:18
휴대폰 보급률이 세계 1위가 아닌가 싶을 정도로 길을 걷다가도
여기저기서 휴대폰을 걸고 받는 사람을 흔하게 볼 수 있다.
엄마들의 모임에 가봐도 없는 사람이 거의 없을 정도고
심지어 우리집 막둥이 또래 초등5학년 중에도 소지한 아이가 있다고 한다.
우리집만 하더라도 다섯 식구중 막둥이를 제외한 네 사람이 휴대폰을 가지고 있으니
휴대폰 보급률 증가에 단단히 한몫을 하고 있는 셈이다.

사실 휴대폰은 언제든지 연락이 가능하다는 장점 외에는
살림에 별 도움이 안되는 물건이다.
휴대폰 요금체계를 잘 따져 알뜰하게 사용해도
식구들 휴대폰 요금을 합해보면 결코 적은 금액이 아니다.
여기에다 집전화 요금도 덩달아 뛰어오른다.
집에 있으면 괜히 궁금한 마음이 들어 바쁜 일이 아니면서도
바깥에 나가있는 식구들에게 연락을 취해보게 된다.

대표적인 예가 우리 막둥이.
근무중인 이 에미에게 학교에 다녀왔다를 시작으로
검도장에 간다, 갔다왔다, 뭐 먹고 싶다, 언제 오냐,,,등등
쓸데없는 전화를 하루에도 몇 통씩 걸어댄다.
이러니 우리집 통신비가 예전의 예닐곱 배로 늘어나서 부담스럽기까지 하다.

그런데도 휴대폰의 편리함에 길들여져 쉽사리 휴대폰의 유혹을 뿌리칠 수가 없다.
하루종일 있어봐도 한두 통화도 안 받고 안 거는 내가 이럴진대
사업에 바쁜 남편이나 한창 지지배배 거리는 딸들이
어떻게 휴대폰 없는 생활을 상상이나 하겠는가.

이런 휴대폰을 없애거나 줄이기는커녕 하나 더 장만을 하게 됐다.
우리집에서 휴대폰이 없는 단 한사람 막둥이 것이 아닌 친정엄마 것으로.

혼자 사시는 엄마는 전화를 드려도 출타 중이실 때가 많아 통화가 잘 안된다.
'저녁 늦게 전화해야지' 하고선 그냥 지나쳐 버리기 일쑤라
어떤 때는 일주일에 한번도 엄마목소리를 못 듣는 때가 있다.
전부터 동생이 하나 장만해 드리려고 했지만
'늙은이한테 무슨 소용이냐, 필요 없다'고 거절하셨다.
이번에도 말씀드리면 안 한다고 하실 것 같아 대리점에서 바로 택배로 보내드렸다.

오늘 휴대폰을 받고 깜짝 놀라신 엄마가 전화를 하셨다.
"이게 웬거냐?"
"엄마께 도통 연락이 돼야죠, 내가 갑갑해 안되겠어요"
"니가 무슨 돈이 있다고,, 나는 없어도 되는데"
"그 정도 형편은 돼요, 요금도 제가 다 내드릴 거니 엄마는 갖고만 다니세요"
이런저런 이야기 끝에 엄마가 하신 말씀이 내내 가슴에 남아있다.
"사실은,,,, 나도 이거 하나 갖고 싶었단다, 정말 고맙다, 고마워,,,"
진작 장만해 드릴걸 하는 생각에 마음이 아파 왔다.

시아버님께도 막내시누이가 장만해 드렸다.
아들인 우리남편과 며느리인 나는 '싫다'하신 말씀을 곧이곧대로 믿었었다.
이래서 부모맘을 헤아리는 데는 아들보다 딸이 낫다고들 하나보다.

지금쯤 돋보기를 끼시고 깨알같은 글씨로 씌어진 휴대폰 사용법을 들여다보고 계실 울엄마.
엄마, 어서 빨리 터득하셔서 이 딸에게 문자메시지 한번 보내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