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원 첫날밤
오후 늦게서야 병실로 올라갈 수 있었다.
주치의의 지시사항은 '가만히 누워만 있을 것' 이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꼼짝없이 누워있는 것이 아니라 통나무 구르듯 움직일 수는 있다고 했다.
링거를 계속 달고 있어도 허리의 통증은 계속 되었다.
사고 즉시 엄습했던 죽을 것 같은 통증은 아니어도 견디기 쉽지 않았다.
게다가 링거를 꽂고 있으려니 수시로 마려운 소변도 문제였다.
일어나지를 못하니 누운 채로 소변을 봐야했다.
끊어질 듯한 통증때문에 소변기를 사용할 수가 없어 결국 기저귀 신세를 져야 했고,
기저귀조차 혼자서 처리할 수가 없어 남편과 딸에게 하체를 내맡겨야 했다.
정신은 멀쩡한데 내몸을 내맘대로 할 수 없어 다른 사람에게 치부를 드러내야 하다니...
아무리 가족이라도 민망하기 그지 없었다.
그렇게 입원한 첫날밤.
밤새 잠을 이룰 수 없을 만큼 고통스러웠다.
원래 잠자리가 바뀌면 잠을 잘 자지 못하는 성격인데다, 옆 자리 환자의 신음소리, 복도를 오가는 인기척, 시간시간 환자를 체크하는 간호사들의 분주함 등이 더해져 잠을 이루지 못하였고 허리 통증은 더 심해졌다.
또 소변은 왜그리 자주 마려운지...
혼자서는 어쩔 수가 없어 보호자용 침대에서 곤히 자고있는 딸을 불러 깨워야 했다.
마침 방학이라 교사인 작은딸이 병상을 지킬 수 있어 그나마 다행이었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 조바심이 나 머리맡에 놓여진 핸드폰 시계를 수도 없이 열었다 닫았다.
깜빡 잠이 들었다 깨어났는데도 10분이 채 지나지 않을 정도로 더디 흐르는 시간...
내 생애 그렇게 더딘 시간은 처음이었다.
마침내 다시는 오지 않을 것 같던 새벽이 어슴프레 밝아왔다.
그날이 바로 크리스마스, 2008년 12월 25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