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뿔싸~!!!
오후에 갑자기 출장 다녀올 일이 생겼다.
덜 더우면 자전거타고 다녀오고도 충분할 거리인데
찌는 듯한 날씨도 날씨거니와 하루가 다르게 늘어가는 주름의 주원인이
햇빛이라는 말도 있고 해서 그냥 버스타고 다녀오기로 작정하고 사무실을 나섰다.
까만 선글라스에 썬캡, 알록달록한 가방, 종아리가 드러나는 칠부바지까지.
서류봉투만 안들었으면 누가 봐도 피서 떠나는 차림이다.
하지만 서류가 구겨지면 안될 것 같아서 대봉투 그대로 들고 갔다.
임무를 무사히 완수하고 회사로 돌아오는길.
버스도 금방 왔고, 냉방도 빵빵하고, 자리까지 얻어걸려
'이게 왠 행운이냐'는 생각까지 들었다.
대낮에 버스타는 일은 오랜만이라 스쳐지나가는 풍광을 감상하면서
오랜만에 버스승객으로서의 기분을 만끽했다.
20여분 뒤 목적지에 도착해서 버스에서 막 내린 순간,
아뿔싸~~!!!
내손에 들렸어야 할 봉투가 온데간데 없어졌다.
다른 사람들 주민등록등본 등 절대 잃어버리면 안되는 서류가 든 봉투.
깜짝 놀라 출발하는 버스 옆구리를 마구 두들기며 쫓아가는데
마침 신호등에 걸려 버스가 섰다.
탑승문 쪽으로 가서 운전기사님께 버스 안을 손으로 가리키며
"서류를 놓고 내렸어요!!"하고 소리질렀다.
무슨 일인가 의아해하던 운전기사가 다행히 문을 열어줘서 다시 올라섰고
신호가 바뀌어 버스도 출발했다.
그런데 바로 그순간,
앗차차~~~~~!!!!!
출장지에서 돌아서면서 이제는 서류가 구겨져도 상관없다는 생각에
봉투를 가방에 접어 넣었던 생각이 갑자기 번쩍 든 것이다.
쩝~ 이게 대체 무슨 시츄에이션????
버스 옆구리 두들기고 소리까지 지르면서 버스는 탔지,
승객들은 저 아줌마, 아니 저 중늙은이 왜저러지? 하는 시선이지...
순간적으로 어떻게 해야 하나... 생각하다가
두고 내린 물건 찾는 척 두리번 거리면서 내가 앉았던 자리까지 찾아가서는
"어디 두고 왔지?" 혼잣말도 하면서 고개까지 갸웃갸웃하다가
결국 버스를 한 정거장 더 타고 가서 내렸다는 사실.
나이가 들어서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 스스로 위안해보지만 참말로 어처구니가 없다.
깜빡했던 그 순간의 내 머릿 속에서는 과연 무슨 일이 일어났던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