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크리스마스 이브 아침
2008년 12월 24일 오전 8시50분.
두 번 다시 생각하기 싫은 사고가 내게 일어났다.
크리스마스 이브날인 그날도 나는 여느 날과 다름없이 자전거를 타고 출근길에 올랐다.
마스크에 머플러까지 두른 중무장을 하고 신나게 자전거를 달리고 있는데 갑자기 무언가가 나를 건드리는 바람에 그대로 길바닥에 나동그라지고 말았다.
순간, “아이고, 내 허리!!”하는 비명이 저절로 질러졌고, 차가운 길바닥에 꼬꾸라진 그대로 손가락 하나 옴짝달싹 못할 통증이 전신을 엄습했다.
계속 “내 허리!”라는 비명을 질러대는 내게 누군가 다가와 날 일으켜 세우려 했지만 도저히 꼼짝할 수가 없었다. 허리가 끊어진 듯 아팠기에.
그래도 의식은 말짱해 교통사고란 걸 금방 알아챘고, 사태를 가늠해볼 요량으로 실눈을 떠봤다.
바로 앞에 택시가 한 대 서있었고 두어 명의 남자가 나를 에워싸고 있었다.
순간 ‘뺑소니’가 생각나서 택시 번호부터 읽었다.
뒷자리 네 개의 숫자를 머리 속에 되새기며 사람들 쪽으로 눈알만 겨우 돌려보니 그 중 한 사람의 어깨에 경찰관 계급장으로 보이는 무궁화 잎 세 개가 달려있는 것이 보였다.
경찰이 주위에 있다는 생각이 들자 비로소 안심이 되어 눈을 감아버렸다.
참을 수 없는 통증이 몰려와 고래고래 비명만 질러대면서.
누가 불렀는지 사이렌도 요란하게 119가 도착했다.
구급요원이 내게 몇 가지 물어보더니 허리는 물론 목에도 고정 장치를 끼우고 구급차에 태워 병원으로 이송했다.
119가 출발하자 통증 가운데서도 어느 병원으로 데리고 가는지 물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교통사고의 경우 대개 운전자가 잘 아는 병원으로 데리고 간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어 걱정이 되었던 것이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 와중에 어떻게 그런 생각을 했을까? 참말로 못말리는 아줌마의 힘이다.
도착한 곳은 평촌 한림대 성심병원 응급실.
어디가 제일 아프냐고 묻는 의사에게 ‘제발 허리 좀 안 아프게 해 달라’며 통사정을 했다.
여기저기 다 만져보고 물어보던 의사가 다리나 발 저림 현상이 없는 것을 보니 다행히 신경은 괜찮은 것 같다며 검사를 해보자고 했다.
링거가 꽂아졌고 십여 분 지나니 진통제의 효과인지 통증이 아주 조금 가시는 듯 했다.
그때서야 옆에 따라다니던 두 남자의 목소리가 귀에 들어왔다.
목을 고정시켜놓아 옆도 돌아보지 못하고 천정만 보고 있던 상태라 누가 누군지 볼 수는 없었지만 한 명은 운전기사, 다른 한 명은 경찰관인 듯 했다.
보호자에게 연락하라는 경찰관의 말대로 가족들에게 연락을 취했다. 조금 멀리 나가있던 남편보다 방학이라 집에 있던 작은딸이 먼저 달려왔다.
나의 몰골을 보고 깜짝 놀라는 딸.
그도 그럴 것이 목까지 단단히 고정시켜 놓았으니 대단한 부상이라 여겼을 터.
나중에야 알았지만 거기다가 얼굴에 피가 나고 퉁퉁 부어있었으니 딸아이는 큰일났다 싶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