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가을에...
가을이 깊어가고 있다.
'지난 여름 그 무더위를 한쪽에 쌓아뒀다가 필요한 때에 조금씩 꺼내 쓸 수는 없을까?'하는 황당한 생각이 들 정도로 제법 쌀쌀한 날이 계속되고 있다.
하루가 다르게 가로수가 물들어가고 있고 먼산도 울긋불긋 단풍으로 옷을 갈아입는 화려한 계절 가을이다.
이 좋은 계절에 단풍구경은 커녕 창문너머 와있는 가을조차 제대로 느낄 마음의 여유가 없다.
미국발 경제위기가 온 세상을 위협하고 있기 때문이다.
TV나 신문지상을 통해 접하는 소식은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을 지경이다.
연일 환율이 치솟고 주가가 곤두박칠 치고 있다.
반도막이 났다는 펀드, 주식은 해본 적이 없는 남의 이야기지만 몸으로 느끼는 체감 경기가 무섭다.
회사 근처 식당에 점심을 먹으러 가보면 회사원들로 한창 북적일 시간에도 빈 자리가 많다.
한끼 4,5천원짜리 점심조차 아껴야 한다는 위기감에 구내식당을 이용하는 건지도 모르지만 마지막 사업으로 선택한다는 먹는 장사조차 불경기로 문을 닫는 가게가 늘고 있으니...
먹는장사를 하고 있는 가까운 친구의 말을 빌리면 식당에서 소비하는 채소의 양이 절대적으로 줄어서 농수산물 시장이 한산하단다.
올해처럼 태풍피해없이 풍작인 해에 소비가 안되니 채소값은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농민들의 시름은 깊어만 가고 있다.
그렇다고 태풍이 오길 바랄 수도 없는 일.
아무런 피해없이 대풍년을 맞아 모두 잘 되었다는 소식은 언제쯤 들을 수 있을려나..
국가나 개인이나 긴축재정을 펴지 않을 수 없는 시기다.
소비가 줄어들면 생산에 차질이 생기고 결국 일자리 마저 줄어드는 악순환의 고리가 지금 우리를 위협하고 있다.
나도 언제까지 이 직장을 다닐 수 있으리란 보장이 없다.
나이때문에 다닐 수 없는 것이 아니라 어느 순간 이 위기를 견디지 못하고 문을 닫는 사태가 벌어지는 건 아닌지 조마조마하다.
회사를 위해 일하는 것은 궁극적으로 나를 위해 일하는 것이란 생각이 든다.
회사가 있어야 내 직장도 있는 것이다.
열심히 일해서 회사가 살아야 나도 함께 사는 것이다.
전에는 해보지 않았던 생각을 이 가을에 부쩍 하고 있다.
이 나이에 이제서야 겨우 철이 드는 기분이라니.
하하하..
이렇게라도 웃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