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엄마(친정엄마)♡

반장엄마 전화

bell-10 2002. 4. 9. 20:53
고2 작은딸 반의 반장엄마에게서 전화가 왔다.
반회비를 내달라는 말을 조심스럽게 전하면서.

작은 딸이 고2가 되면서 인문계, 자연계로 계열분리를 했는데
자연계 기피현상의 하나인지 몰라도 작은딸 반은 29명이 전부다.
한 반에 29명.
교육부에서 정한 한 반 35명 정원에도 훨씬 못 미치는 환상적인 숫자다.
그 덕에 중고등학교 올라가서는 가나다순의 출석번호 때문에
늘 마지막에 가까운 번호였던 작은딸이 28번이라며 좋아했다.(참, 별게 다 좋은 나이다)

교육부에서 지시한 한 반 35명 정원을 실현하기 위하여 일선학교가 분주하다.
갑자기 교실 증축을 한다고 공사장을 방불케 하지 않나,
예산이 모자라 특별교실로 쓰던 곳을 교실로 전환하질 않나,,,,
작은딸 말로는 자기네 교실도 교실 출입문이 이상하게 생겼다고 했다.
가사실로 쓰던 곳이라 보통의 미닫이문이 아니라 여닫이문이라 기분이 묘하다고 했다.

꼭 이렇게 해야만 하는 것일까?
순차적으로 차차 조건이 갖추어지는 대로 서서히 정원을 줄여 가면 안 되는 걸까?
지금 우리 아이들은 아이들 수가 제일 많다던 제 언니 또래에 비하면
전체 인원이 현저히 줄어 있다고 한다.
정원이 자연히 줄어들고 있는데 인위적으로 갑자기 더 줄일 필요가 있을까?

인구의 도시집중화로 농어촌 학교는 학생수가 모자라는 실정이다.
폐교되는 초등학교도 자꾸 생기고 중. 고교는 반의 수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
친정동생이 새로 전근간 고등학교만 하더라도 예전보다는 학생수가 반으로 줄었다고 한다.
지금도 학생들이 도시로 자꾸 전학을 가고 있다니 도시집중화는 막을 수 없는 물줄기인가.

하여튼 작은딸 반장엄마에게서 온 전화 내용인즉,
학교운영위원회에서 결정한 사항을 수행하는데 반회비가 필요하단다.
인원수가 적어서 돌아가는 액수가 많다는 말과 함께.
많다는 말을 미리 했지만 1인당 15만원이라고 하는 바람에 입이 떡 벌어졌다.

1인당 15만원이면 평균 30명 잡고 한 반에 450만원.
한 학년이 15개 반이라는데 한 학년 전체는 7천만 원.
그럼 3개 학년 전체라면?
세상에,, 그런 거금이 무엇 때문에 필요하단 말인가.

반장엄마가 무슨 죄가 있으랴만 갑자기 열이 솟구쳐 올라 이것저것 따지듯이 물었다.
지난해에도 반회비란 걸 10만원씩이나 냈는데 그걸 어디다 어떻게 썼는지 전혀 말이 없었다,
말로는 야자(야간자율학습)하는 아이들 간식도 사준다던데 간식 먹었다는 소리 제대로 못 들었다,
증설된 교실 에어컨을 산다는데 학교에 필요한 비품은
교육청에서 내려오는 예산으로 준비하면 되지 않는가,
만약에 이런 사실이 문제화되면 어쩔 것인가,,,,,,,

앞장서서 일하다 보면 본의 아닌 오해도 받고 나처럼 황당한 말을 하는 사람도 있어
정말 힘든 그 마음을 왜 모르랴만 하고 싶은 말을 해대고 말았다.
나도 물론 이런 말하는 게 미안하다는 말을 빠뜨리지는 않았지만
학교에는 가지도 않고 앉아서 이야기하는 내가 더 문제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반장엄마는 첫애가 반장이 돼서 아무것도 모르는 가운데
선배 학부모들의 이야기를 전할뿐이라며 민망해했다.
다 이야기할 수 없는 일도 있다는 말도 했다.
궁금하면 학부모회의에 나와서 직접 하라는 말도 했다.

반회비를 내지 않겠다고 말하면 아무 상관이 없을 일을 괜히 긁어 부스럼을 만들었나?
싶어 이래저래 마음이 편치 않은 전화통화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