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엄마(친정엄마)♡
귀동이 이야기(1)
bell-10
2000. 7. 2. 13:25
둘째딸과 6년 터울로 낳은 늦둥이 아들이 하나 있습니다. 벌써 10살, 초등 3학년이고요.
집에서 부르는 이름이 '규동'인데 주위사람들이 모두 알면서도 귀한 아들이라며 일부러 '귀동이'라고 부르곤 합니다.
저에게는 눈에 넣어도 아프지않은 정말 귀한 아들이죠.(딸만 두신 분이라면 조금은 죄송합니다)
그런데 문제는 바로 우리 규동이를 어떻게 해야 바른 아이로 잘 키울 수 있을지 걱정인 것입니다.
옛말에 '미운 자식은 떡 하나 더 주고 귀한 자식은 매 한번 더 때리라'고 했습니다. 내 나름대로는 남에게 손가락질 받지 않는 아이로 키우려고 엄하게 대하느라 애썼는데도 고집이 보통아닌 아이로 자라고 있습니다.
누나 둘은 채근하지 않아도 할일을 스스로 하여서 어려움없이 키웠는데 아들은 사내라서인지 마음대로 되질 않습니다.
학교만 다녀오면 친구하고 놀기 바빠서 가방은 현관에 그대로 내팽개쳐져 있고 벗어던진 옷가지는 매미허물마냥 구겨져있습니다. 놀다와서도 TV보느라 숙제든 일일공부든 얘기하지 않으면 스스로 하는 적이 별로 없을 지경이지요.
밤늦게까지 숙제하느라 신경질은 엄마인 내가 내야하는데 적반하장 오히려 지가 우거지상을 하며 짜증입니다.
아들의 짜증을 참지 못하고 쿡쿡 쥐어박으며 겨우 숙제를 시켜놓으면 그때서야 겨우 인상을 펴며 배시시 웃습니다. 참 웃는 얼굴에 침 뱉을 수는 없고 속이 말이 아니죠.
3학년 된지 3개월도 채 안됐는데 규동이는 벌써 선생님께 반성문을 3장이나 썼답니다. 제가 그 사실을 안지가 이틀도 되지 않았으니 저도 문제있는 엄마죠.
그런데 오늘 가방검사를 해보니 또 반성문을 쓴게 아니겠어요? 엄마랑 약속한 대로 손바닥을 10대나 맞은 규동이 아파서 어쩔줄 모르더라고요.
학교에서도 아마 말썽꾸러기 Best5에 너끈히 들고도 남을 것 같아 담임선생님을 어떻게 뵐지 걱정입니다.
사내아이들이라고 다 규동이 같지는 않을 텐데 어떻게 반성문이라도 쓰지않는 아이로 되게하는 방법은 없을런지 저도 모르겠어요.
거의 매일을 이런 식으로 아들과 씨름하느라 제 나이의 다른 엄마들이 겪는다는 '빈둥지증후군'은 제 사전에는 없습니다.
말썽꾸러가 규동이가 오히려 고마울 지경이라면 믿으시겠어요?
다음에는 규동이 때문에 정말 속 상했던 이야기를 해야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