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엄마(친정엄마)♡

『조기교육』에 대한 생각

bell-10 2002. 1. 28. 12:27


며칠전 TV에 영어신동이 나왔었다.
우리말도 완벽하지 못한 나이인 세 살과 다섯 살인 자매.
남의 말인 영어로 서로 낱말 맞추기까지 하는 경지를 보여줬다.
그 방송이 조기교육에 목말라하는 많은 엄마들의 극성을 더 부추긴 것은 아닌지 모를 일.

아기 때부터 영어를 자연스럽게 익히도록 했다는 자매의 엄마.
설혹 아이들이 영어를 잘 받아들이는 선천적인 재능이 있다고 하자.
하지만 엄마의 지극 정성이 깃들여진 교육열이 밑받침이 되지 않은 이상
영어를 우리말처럼 쓰기란 불가능한 일.
그 엄마가 위대해 보이기까지 했다.

이런 성공적인 사례가 있는 반면 조기교육의 폐해를 담은 TV방송도 있었다.
아이에게 영어를 가르친다고 종일 비디오나 다른 교재를 들이댄 부모.
그 결과 아이는 사회성이 부족해졌고 부모가 이름을 불러도 무관심했다.
스트레스로 인한 원형탈모증에 시달리는 아이도 있었다.
아이를 위해 하는 교육이 자칫 잘못하다간 아이를 망칠지 모른다고 경고하고 있었다.

지금 우리나라는 조기교육의 열풍이 불고 있다고 한다.
영어를 가르친다는 유치원에 자녀를 입학시키기 위하여 밤새 줄을 서서 기다리는 엄마들.

E여대 유아교육과 교수가 조사한 바로는
유치원생의 86%가 조기 특기교육을 받고 있다고 한다.
유아들이 가장 많이 받고 있는 특기교육은 한글. 글쓰기(49%). 그 다음으로 수학(32%),
영어(28%), 피아노(28%), 미술(22%), 종합학습지(11%), 태권도 (5%) 순으로 조사됐다.

한 어린이가 4가지이상 특기교육을 받는 숫자가 그 중 20%에 이르며
심지어 12가지를 가르치느라 월 백만원 이상을 지출하고 있는 부모도 있다고 조사되었단다.

부모의 입장에서는 아이의 지능도 계발시키고 적성과 소질에 맞춰 교육시킨다고 하지만
아이의 입장에서도 과연 그럴까?
한창 뛰어 놀 나이의 어린이들이 모두 학원으로 몰려가는 바람에 같이 놀 친구가 없어
친구와 놀기 위해 학원에 가는 셈인 웃지 못할 일이 벌어지고 있는 현실이다.
(같이 놀 친구가 없다는 말은 우리 아들도 늘 하는 말이다)

모 방송에서 한 유치원생을 종일 따라다니는 프로도 있었다.
저녁 늦도록 여기저기 교육받으러 다니기에 바쁜 그 어린이.
간식도 제대로 먹을 시간이 없어 집에 가르치러 온 선생님과 공부하며 먹었다.
그 어린이가 따라다니는 기자에게 입버릇처럼 하는 말.
"지금 몇 시예요?"
"바쁘다, 바빠"
그 어린이 역시 너무 힘들어 병원신세를 졌던 적이 있다고 했다.

과연 이렇게까지 조기교육에 매달리는 부모들의 최종목표는 어딜까?
소위 말하는 일류대학에 보내기 위해서일까?
아니면 더 먼 미래에 세계 속의 인재를 키우기 위해서일까?
아무래도 일류대학에 그 목표가 있을 것 같다.

우리나라 모든 부모들이 모두 조기교육에 열을 올리지는 않을 것이다.
시류에 휩쓸리지 않고 자제하는 부모도 있을 것이다.
먹고살기 바빠 생각조차 못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여기서 가장 소시민적 삶을 사는 내 생각을 정리해보자면 이렇다.
조기교육을 하고 싶어도 경제적 여건이 되지 않아 못하기도 했고
아이가 싫어해서 안 시키기도 했던 내가 한마디하자면
투자함은 투자 아니함만 보다는 낫다는 것이다.
하지만 경제원리로만 따져본다면 투자한 만큼의 성과가 반드시 있는 것은 아니다.

큰딸이 초등학교 2학년 때인가 엄마들이 모인 자리에서 서울대 이야기가 나왔다.
그땐 정말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몰랐던 엄마들의 소견으로
반에서 일, 이등을 다투던 우리 아이들은 서울대에 가겠거니... 여겼었다.

그런데 한 엄마가 전국의 초. 중. 고등학교 숫자와 서울대 입학정원을 들먹였다.
서울대에 가려면 고등학교 때까지 반에서 내리 일등을 해도
갈까 말까다 하면서 나머지 엄마들의 기를 눌렀다.
그래도 대다수의 엄마들은 '우리 아이는....'하는 속마음을 다들 가지고 있었다.
(어리석은 나 역시도)

하지만 결론을 말하자면 그때 그 아이들.
반에서 좀 한다던 그 아이들 중 아무도 서울대를 가지 못했다.
엄마들 중 조기교육에 열성을 다했던 엄마, 고등학교 때까지
아이 뒤만 졸졸 따라다니며 지극 정성을 다했던 엄마도 있었다.
아이도 열심히 노력은 했지만 운이 안 따라주었는지 서울대는 하나같이 실패하고 말았다.

조기교육도 중요하지만 정말 중요한 것은
직접 공부를 해야하는 아이의 마음가짐과 노력이다.
부모는 그저 아이를 지켜보면서 필요한 만큼의 뒷바라지만 해주면 되지 않을까 싶다.

이렇게 좋은 말만 하는 나는 우리 아이들을 너무 지켜보고만 있어서 탈이지만.
"체력은 국력"이라는 말을 너무 지키는 엄마라서 탈이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