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잡스'족
둘 이상의 직업을 가진 사람을 흔히 ‘투잡스족’이니 ‘쓰리잡스족’이니 하고 부른다.
50여 일전부터 그 ‘투잡스족’의 대열에 나도 끼게 되었다.
대부분 기혼 여성들은 자신의 직업 외에도 집에 가면 가정주부 노릇까지 해야 하니
‘투잡스’ 아닌 사람이 없겠지만 가정주부는 수입과 관계없는 운명적인(?) 일이기에
예외에 속한다.
그런데 나는 정말 ‘투잡스족’이 되었다.
주중에는 사무실에 출근해 사무직으로 일하고 주말인 토, 일요일에는 식당에서 일한다.
매일 보수를 지급받기에 틀림없는 하나의 직업이다.
내가 ‘투잡스족’에 입문하게 된 동기는 남편 때문이다.
지난 8월 25일 남편이 고양시 토당동에 식당을 열었다.
먹는 재미 빼면 사는 재미가 없어 보일 정도로 잘 먹어대던 사람이더니 마침내는
자신의 전공과는 전혀 상관없는 식당까지 열게 된 것이다.
요즘 같은 불경기에 인건비를 조금이라도 줄이려면 식구들이 돕는 수밖에 없지만
우리 집은 의왕이고 식당은 고양이라 너무 멀어 매일 출퇴근하기가 너무 힘들다.
그래서 일단 다니던 회사와 집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는 주말에만 나가게 된 것이다.
그동안은 밀린 집안일이며 다른 볼일을 모두 주말에 해결할 수 있었는데
이제는 주말까지 식당에 매달리다 보니 정말로 ‘사는 게 뭔지’ 푸념이 절로 나온다.
오죽하면 바지허리에 주먹이 하나씩 들어갈 정도로 살이 빠졌을까...
덕택에 임신 8개월은 넘어 보이던 배불뚝이 남편 배도 쑥 들어갔다.
들어간 배만큼 흰머리가 더 많아진 남편.
고생한 만큼 보람이 있어야 하는데 워낙 불경기라 걱정이 많다.
요즘 내가 매일매일 문득문득 되뇌어 보는 말,
‘정말 잘 돼야 되는데... 잘 되겠지.... 잘 될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