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엄마
남편이 날보고 놀리는 중이다.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운 꼴'이라며.
그도 그럴 것이 칼에 베인 손가락이 곪을까봐 항생제를
사먹었다가
급성 위염이 발병해 먹지도 못하고 쩔쩔매게 되었으니.
아무리 생각해도 참 한심한 노릇이었다.
손가락 상처가 깊으면 병원에 가서 몇 바늘 꿰매 버리고 말면 될 것을
그게 무섭다고 버티다 이 꼴이 났으니.
어쨌든 평소 식탐을 하는 편이 아닌데도 못 먹게 되니까
아이들 먹는 라면까지 맛있어 보인다.
아프지 않아 먹을거리만 있으면 건강해질 수 있는데도
기아에 굶주리고 있는 지구 저쪽편 아프리카 아이들이 갑자기 떠오른다.
그 아이들의 말라비틀어진 몸.......
차라리 나는
행복하고도 남는구나.
이 땅에 태어난 것이 새삼 신의 축복이다.
어떻게 아셨는지 친정어머니께서 방금 전화를
하셨다.
"에미라는 게 딸이 죽어도 모르겠구나"하신다.
좋은 소식도 아닌데 '어떻게 아셨나?' 했더니
동생에게 꽁치젓갈 좀 부쳐달라고 전화한 남편이 동생에게,
동생은 다시 엄마에게...
그래도 내부모 내형제 밖에 없다는 생각에 잠시 가슴이 찡하다.
어쨌든 내 남편은 주책이다.
나쁜 소식 전해서 뭐하려고.
'위장병엔 흰죽이 최고다, 한번 위장병 생기면 재발하기 쉽다,
조심해라' 하시며
고마운 잔소리를 하시더니 결국 한마디하신다.
"엄마가 못해줘서 미안하다"고.
우리 엄마는 늘 이렇다.
항상 자식에게 미안하다 신다.
부모노릇 다 못했다 시며.
나도 엄마 같은 엄마가 될 수
있을까?
'엄마'
가만히 불러본다.
눈시울이 뜨거워진다.
우리엄마. 우리엄마.
우리엄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