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 내......... ♡

손가락 부상 후유증

bell-10 2000. 5. 27. 09:53

손가락 부상으로 본의 아닌 호강(?)을 예상했던 저는 지금 최악의 상태입니다.
반쪽이나마 호강시켜주던 당사자인 남편은 지방출장을 가서 며칠째 집에 없습니다.
아침 점심 저녁으로 전화는 해대지만 직접적인 도움은 안되잖아요.


상처에 담배 붙여놓고 무서워 풀러보지도 못하면서 붕대 안의 내손가락이 행여나 곪을까봐 사먹었던 항생제가 드디어 제 위장을 망가뜨리고 말았답니다.
자주 약을 먹는 편은 아니지만 약을 먹게되면 약사나 의사의 지시는 꼭 지키는 터라 12시간 지속용 항생제 먹는 시간을 너무 지켜 이런 탈이 나고 말았습니다.


약을 먹은 첫날. 두 번째 복용시간이 밤 12시길래 그 시간에 밥은 먹을 수 없어서 우유랑 간단한 간식을 먹고서는 복용하였는데 그 이튿날부터 속이 좀 이상하더라구요.
아픈 것도 아니고 뭐라도 먹으면 속이 좀 거북한 정도랄까?


한번도 위장병을 앓아본 적이 없어 그저 그렇게 생각하였고 오직 손가락 나을 욕심으로 항생제를 사흘정도 복용했는데 하루하루 지날수록 점점 힘들어지더니 급기야는 물도 못 넘기겠고 숨도 못 쉴 정도였어요.
참 제가 생각해봐도 한심스러운 일이었어요.


손가락은 외상이라 치료가 쉽지만 한번 위장이 나빠지면 최소한 한달 이상 약을 복용해야 할 정도라는데...
어쨌든 참을 수가 없어 병원에 갔더니 의사선생님께서 말씀하시길
"항생제나 소염제로 인해 급성 위염 내지는 위궤양이 온 거 같습니다. 항생제나 소염제가 위장장애가 가장 많은 약제들입니다. 또 사람마다 차이가 있어 같은 약을 복용해도 괜찮은 사람이 있는데 장애가 일어나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 약을 지어준 약사 이야기도 "다른 사람은 다 괜찮은데" 였습니다.
그렇다면 나만 별난 사람인 거지요.
의사선생님이 처방해 주신 약을 먹은 지 이제 하루가 지났는데 아주 조금은 호전된 것 같기도 하지만 역시 물이라도 먹으면 위장근처에 다다르는 순간 통증이 심합니다.


조금 가라앉힌 후에야 내시경을 할 수 있다니 이번 기회에 샅샅이 위장을 조사해 봐야겠습니다.
평소에도 '먹기 위해서 사는' 편이 아니라 '살기 위해서 먹는' 편인데도 통증이 심해 먹을 수가 없으니 참 고역입니다.

손가락엔 붕대를 허옇게 동여매고 속이 아파 허리도 제대로 펴지 못하는 이런 악조건 속에서도 칼럼을 쓰고 있으니 우리 딸에게 한 소릴 들어도 할말이 없답니다.
"엄마도 이젠 '인터넷 광'이 되고 있어요"


사실 그 동안 딸들이 자정까지 넘겨가며 컴퓨터 앞에 앉아 있어 혼내준 적이 한 두 번이 아니거든요.
저는 지금 '건강할 때 건강조심하라'는 말을 온몸으로 느끼고 있답니다.
아, 지금도 속에서 난리가 났어요. 너무 아파요.